[뉴스] 딱 봐도 러시아인데… 나라 이름 대신 ROC 쓰는 이유는
작성자 Focus Russia

국기·國歌 못쓰는 이들의 정체
러시아 2019년 ‘도핑 스캔들’로 올림픽 출전 못하자 ‘ROC’로 참가
유니폼은 러시아 국기 색깔로 제작
금메달 따면 차이콥스키 曲 틀기로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이번 대회 출전 자격이 없다.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에 연루돼 징계 중이다. 2019년 9월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러시아 반도핑기구 ‘모스크바연구소’에서 변조된 도핑 샘플을 발견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작년 12월 러시아의 혐의를 인정하고 2년간 올림픽, 월드컵 등 주요 국제 스포츠 대회 출전권을 박탈했다. 하지만 징계 범위를 국가 자격으로 제한하고, 대상도 주요 대회로 한정해서 실제 올림픽에 앞서 출전권을 다투는 종목별 국제대회 등에선 모두 ‘러시아’ 국기를 달고 뛰었다.

이들은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도 러시아 국가나 국기를 사용하지 못할 뿐 개인 자격으로 출전이 가능해 징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됐고, 이번 도쿄올림픽에 나선 러시아 선수들의 모습에 그 의문은 한층 증폭됐다.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 유니폼에 ‘RUSSIA’라는 국호를 쓰지는 않았지만, 국기의 3색(빨간색, 흰색, 파란색)을 넣어 한눈에 러시아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참가명은 ‘ROC’.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Russia Olympic Committe)의 약자다. 금메달을 따면 러시아 음악가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울려퍼질 예정이다.

러시아는 이미 평창올림픽에서도 비슷하게 대처한 전력이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2017년 ‘회원 자격 정지’를 받았지만, 이듬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OAR(Olympic Athletes from Russia·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했다. 금 2개를 포함해 메달 17개를 따내며 종합 13위를 했다. 세계 스포츠계는 스포츠 강국 러시아가 빠지면 흥행에 차질이 생길까 봐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일부러 러시아의 ‘꼼수’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한다. 이런 상황을 알기 때문인지 러시아 선수들도 노골적으로 애국심을 드러낸다. 피겨스타인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 모스크바에 도착하자마자 단복 모자를 뜯어내 안에 숨겨져 있던 국기를 자랑스럽게 공개했다. “늘 삼색기(러시아 국기)와 국민을 생각했다”고 했다. 같은 대회에 참가한 쇼트트랙 선수 세멘 엘리스트라토프도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이곳에 오지 못한 선수들에게 바친다”며 출전 못 한 러시아 선수를 암시하는 소셜미디어 글을 올렸다.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에 335명이 출전한다. 중국(777명), 미국(613명), 일본(582명)에 이어 넷째로 많다. 러시아 선수들은 일본으로 향하기 앞서 정부로부터 ‘도핑 스캔들’ 관련 질문을 받을 경우를 대비한 ‘모범 답안’을 교육받았다고 한다. ‘도핑과 러시아 정부가 관계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는 이번 일과 관계없고 도핑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모두 제보자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답해야 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그렇게 답할지는 선수 개인에게 달렸다”고 말해 모범 답안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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