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3년을 평가한다
작성자 Focus Russia

지난 2월 24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년이 지났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언한대로 종전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2월 18일 리야드에서 러시아와 고위급 회담을 개최, 종전 방안을 협의한데 이어, 3월 12일에는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30일간의 휴전’에 동의하도록 하였다. 이 휴전안에 대하여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지지하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한 후, 바로 다음 날 우크라이나에 빼앗겼다가 되찾은 쿠르스크로 날아가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쿠르스크 지역의 영토를 완전히 해방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실지(失地) 회복을 완료한 후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종전 협상에 임하겠다는 푸틴의 의지를 암시한다. 미국이 지난 2월 28일 트럼프-젤렌스키간 백악관 설전 이후 중단시켰던 대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정보공유를 재개하고, 푸틴에게 휴전안 수용을 압박하고 있어 머지않아 휴전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휴전이 평화를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는 단연 우크라이나이다. 수십만 명의 사상자와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국토의 상당 부분이 폐허가 되었다. 경제는 마비 상태에 이르렀으며, 국가 재건에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휴전 및 종전협정 체결 과정을 거쳐 확정되겠지만,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림반도에 더하여 돈바스 지역 동부 영토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내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갈망하던 나토 가입은 난망 시 된다. 우크라이나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결국 어떻게 향후 안전보장을 확보하느냐 하는 것이다.

일주일 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샴페인을 터뜨릴 것을 공언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도 체면을 구겼다. 3년 동안 지속된 전쟁을 통하여 수십만 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내고,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북한으로부터 무기와 군인을 지원받아야 하는 모습은 한때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강국으로 불리던 러시아가 아니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로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으로 인해 발트해는 사실상 나토 회원국들의 내해가 되다시피 했으며, 러시아와 접경한 폴란드, 발트 3국을 비롯한 서유럽의 대러 경계심과 안보의식은 크게 강화되었다.
이번 전쟁은 또한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노정 시킴으로써 유럽이 자강 필요성에 눈뜨는 계기가 되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수시로 나토 회원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하였지만,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맞아 채택한 유엔 안보리 결의는 유럽 동맹국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언급없이 종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서방을 등지고 러시아, 중국과 한배를 탄 것은 유엔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유럽은 전략적 자율성을 주장하며, ‘유럽 방위연합’ 창설을 논의하는 등 자강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이 전쟁에서 상대적 이익을 얻은 국가 중 하나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견제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저렴하게 공급받고 있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마음대로 요리하던 19세기 제국주의적 세계관에 입각한 트럼프의 태도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러·우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지원을 통하여 러시아와 혈맹관계를 수립하고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다. 파병 군인의 임금은 외화고갈에 시달리는 북한에 숨통을 틔워 주었다. 북한은 또한 러시아로부터 상당 수준의 첨단 군사기술을 전수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파병은 북한군이 실전경험을 쌓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는 북한의 군사적 역량을 강화시키고, 한반도의 안보 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번 전쟁은 또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우크라이나가 핵무기 반납 조건으로 받은 안전보장 약속)를 한갓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북한의 핵 집착 의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러·우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하여 보여준 태도는 우리나라가 과연 미국의 확장억제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이에 한국은 한·미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도록 노력하는 한편, 독자적인 안보 전략 마련에도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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