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핼러윈 축제 직전 경찰 들이닥쳐 장비 압수·관계자 구금 '핼러윈 의상 착용하고 등교 금지' 공지 "핼러윈, 젊은층에서 서구 영향력 상징" 이미지 확대보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크렘린궁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안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핼러윈 등 서구 문화의 확산을 더욱 거세게 억압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정교회 문화 특성상 러시아에서 핼러윈은 ‘사탄축제’로 불리며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당국이 축제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거나 개입하는 수위가 더 세졌다는 것이다. 핼러윈이 러시아 젊은 세대에게 '서구 문화의 영향력'을 상징하는 만큼 이를 차단하는 것이 당국의 목표가 됐다는 해석이다.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지난 1,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핼러윈 축제인 ‘네크로 코믹콘’을 '사탄주의 축제'로 규정하며 일방적으로 취소시켰다. 참가자들이 영화나 게임 속 캐릭터로 분장해 콘서트나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행사였다. 주최 측은 “법적으로 행사를 진행할 권리가 없어 자진 종료한다”고 밝혔다. 애초 상트페테르부르크 시 당국이 허가한 행사였지만 보수단체 ‘포티바이포티’ 활동가들이 당국을 압박했다. 이 단체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청소년들을 사탄 숭배 행위에 끌어들이기는 것을 막기 위해 사법당국에 신고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자 경찰과 국가방위군이 행사장을 찾아 관련 장비를 압수하고 행사 프로듀서인 알렉세이 삼소노프를 구금했다. NYT는 “이른바 ‘네크로 코믹콘 사건’은 당국이 핼러윈 문화를 차단하기 위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핼러윈 의상 입고 등교하지 마라" 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31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핼러윈 행사 ‘펌킨페스트 루마니’ 에서 어린이들이 핼러윈 의상을 입고 있다. 부쿠레슈티=AP 연합뉴스 러시아 민속문화 전문가인 알렉산드라 아르키포바는 “러시아에서 보수층을 중심으로 핼러윈에 대한 비판이 있긴 했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당국의 핼러윈 반대 운동이 더욱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실제 모스크바 국립대 언론학과 학생들은 올해는 '핼러윈 의상을 입고 등교하지 말라'는 공지를 받았고 대부분 학교에서도 사탕 등 핼러윈 상징 물품 전시를 금지했다.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종교와 사회 관계 연구기관인 소바(SOVA) 분석센터의 알렉산더 베르코프스키 소장은 “핼러윈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서구의 영향력을 상징하게 됐고 이를 막는 것이 크렘린궁의 핵심 목표가 됐다”고 꼬집었다. 한 시민은 NYT에 “2월에는 또 다른 서구 트렌드인 밸런타인데이가 당국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며 자조했다. |